글=서형욱 (MBC 축구해설위원)
월드컵은 화려한 별들의 잔치다. 하지만, 예상했던 별들이 모두 빛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수 많은 스타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이른바 ‘BIG 4’로 부를만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웨인 루니, 카카는 소속팀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브라질이 모두 조별리그와 16강, 8강 등에서 탈락하며 환하게 빛날 기회를 잃어버렸다. 이들이 남겨둔 빈 자리는 또다른 스타들이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정리해봤다. 이번 대회의 대세를 이룬 4-2-3-1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삼았다.
골키퍼(GK) 이케르 카시야스 | 스페인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단 2골만 내준 채 우승에 도달했다. 특히, 16강전부터 결승전에 이르는 네 경기 동안 단 하나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수호신’ 카시야스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성과였을 것이다. 아직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벌써 111번째 A매치를 치른 베테랑 골키퍼 카시야스는 화려한 공격으로 채색된 스페인 축구를 받쳐주는 든든한 이젤이다. 결승전에서의 귀중한 선방이 카시야스의 가치를 방증한다. 그의 가치를 인정한 FIFA는 카시야스에게 최고 골키퍼 상인 야신상을 수여했다.
오른쪽 수비수(RB) 마이콘 | 브라질
소속팀 인테르 밀란에서나, 대표팀 브라질에서나, 그는 늘 돋보이는 수비수다. 일반적으로 보조자에 그치는 오른쪽 수비수를 스포트라이트 받는 포지션으로 바꿔놓은 것은 순전히 그의 능력이다. 북한전에서 도무지 불가능할 것만 같던 각도에서 기막힌 슛으로 골을 뽑아낸 장면은 마이콘의 진가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본업인 수비와 부업은 오버래핑을 겸비하고서도 기막힐 정도로 실수가 적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수비를 담당한 다니엘 알베스도 대표팀에서는 마이콘에 ‘밀려’ 미드필드로 올라가야 했다.
중앙 수비수(DC) 카를레스 푸욜 | 스페인
과거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졌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푸욜은 하나의 재능만으로 승부하는 수비수가 아니다. 대표팀 중원의 핵으로서 카시야스가 완벽히 소통하며 나머지 포백 멤버들과의 호흡도 완벽하다. 게다가 승부처였던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귀하디 귀한 결승 헤딩골까지 넣었다.
중앙 수비수(DC) 디에고 루가노 | 우루과이
이번 대회에서 우루과이는 강력한 수비를 펼쳤다. 우루과이 수비의 중심에 선 남자가 바로 루가노다. 188cm의 장신 수비수이자 우루과이의 주장인 그는 뛰어난 제공권 장악 능력과 리더십으로 우루과이의 4강 진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수비 라인에 너무도 큰 영향력을 가진 탓인지 지역 예선(브라질 0-4 패)과 본선(네덜란드 2-3 패)에서 루가노가 빠진 경기마다 우루과이는 대량 실점하고 말았다.
왼쪽 수비수(LB) 파비오 코엔트라웅 | 포르투갈
2010년 월드컵의 발견 가운데 하나. 팀이 치른 4경기에 모두 출전해 견고한 플레이를 펼쳤다. 팀 패배로 마지막 경기가 된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도 상대팀 오른쪽 수비수 라모스를 공수에 걸쳐 두루 괴롭혔다. 빠른 스피드와 재치있는 플레이로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중앙 미드필더(MC) 챠비 에르난데스 | 스페인
유로2008 MVP의 기량은 변함이 없었다. 최근 스페인 대표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 가운데 하나. 이번 대회에서는 눈에 보이는 활약 못지 않게 공수 밸런스 유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간간이 뿜어져나오는 놀라운 스루패스와 위협적인 중거리슛으로 동료들의 득점을 적극 지원했다.
중앙 미드필더(MC)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독일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준 팀 리스트에 독일을 뺀다면 꽤 많은 비난을 받지 않을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독일은 무서운 속도로 상대 진영을 파고 들었는데 그 중심에는 슈바인슈타이거가 있었다.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측면을 버리고 중앙에서 뛰는 그는 대표팀 중원의 핵심 선수로 독일 대표팀의 ‘돌격’을 이끌었다. 그가 드리블하기 시작하면 앞선에는 어느샌가 뮬러, 외질, 포돌스키, 클로제가 달리기 시작한다. 독일 축구의 진정한 심장이다.
오른쪽 미드필더(AMR) 토마스 뮬러 | 독일
주전을 꿰찰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던 신예가 일을 쳤다. 4강전을 제외한 전 경기에 출전하며 5골 3도움을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은 대회 골든붓(득점왕)과 젊은선수상 석권의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이제 고작 21살에 불과한 어린 선수에게는 믿기 힘든 영예다. 그 누구보다 빼어난 집중력과 결정력으로 독일 3위의 일등 공신 역할이 됐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AMC) 베슬리 스네이더 | 네덜란드
소속팀 인테르 밀란에서 유럽 제패의 기쁨을 맛본 뒤 대표팀에서도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주포’ 판 페르시가 득점난에 허덕일 때 거의 매 경기 골맛을 보며 네덜란드의 결승 진출을 주도했다. 공이 굴러가는 동안 늘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그렇게 공들인 상황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승컵은 놓쳤지만, 득점과 도움 양면에서 네덜란드 축구를 홀로 이끈, 오렌지 축구의 진정한 스타 플레이어로 기억된다.
왼쪽 공격수(LF) 다비드 비야 | 스페인
페르난도 토레스와 함께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릴 때면 늘 변함없이 왼쪽 측면에 처져 플레이했다. 하지만 중앙으로 덤벼들 때의 엄청난 공격성은 상대 수비수들을 늘 혼란에 빠뜨렸다. ‘파트너’ 토레스가 무득점에 허덕이는 사이 팀에 꼭 필요한 알토란 같은 골을 연속적으로 성공시켜 ‘골잡이’로서의 명성을 더욱 더 굳혔다. 지금 이 시대 최고의 골잡이 가운데 하나.
공격수(FC) 디에고 포를란 | 우루과이
아르헨티나에서 리오넬 메시가 맡은 역할을, 우루과이에서는 포를란이 맡았다. 카바니와 수아레스에게 전방을 내준 채 뒤에서 살림꾼 역할을 맡다가도 때론 최전방에서 수비수들을 휩쓸고 다니며 골문을 노렸다. 자블라니 공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나 어느 거리에서든 수시로 위협적인 슛을 난사해 상대 골키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3,4위전을 포함해 5골을 터뜨렸고 FIFA에서 발표한 대회 MVP에 선정돼 골든볼을 수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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