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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시스
글: 한준희 (KBS 해설위원)

스페인과의 마지막 평가전이 끝났다. 경기 전체적으로 스페인이 압도적 점유율을 가져갔던 것을 감안하면 한 골 실점의 패배는 일단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될 법하다. 특히 우리의 수비진과 미드필더 김정우에겐 괜찮은 점수가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냉정한 관점에서 우리에겐 분명 염두에 두어야 할,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존재했다. 대한민국 대표 팀의 마지막 평가전이 남긴 것들을 정리해 봤다.


1. 스페인의 선발 라인업은 ‘1.8군’
일단 스페인이 우리와의 경기에서 ‘1.8군’의 선발 라인업을 가동했다는 점만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고공 플레이 실험을 위해 기용된 것으로 보이는 최전방의 페르난도 요렌테는 볼 처리에 있어 투박함은 물론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도 좋지 못했다. 게다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당장은 최고조의 경기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선수들이다. 물론 스페인도 주전급 선수들을 속속 투입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스페인이 보유한 최선의 공격력과 90분 동안 맞서 싸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절반의 성공’이었던 것은 맞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냉정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

2. 위험지역에서의 압박 강화해야
1.8군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스페인은 역시 ‘볼을 점유’하는 축구에 있어 괄목할 만한 능력을 발휘하는 팀. 이러한 팀을 상대로 우리의 수비는 낮은 지역에서의 간격 유지에 비교적 성공했을 뿐 아니라 체격 조건 뛰어난 요렌테를 협력 수비로 괴롭히며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헤수스 나바스의 측면 돌파에는 어려움을 겪은 데다 스페인이 주전급 선수들을 투입한 이후 더 힘들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정말 높은 수준의 공격을 더 잘 틀어막기 위해서는 특히 우리의 위험 지역 내에 들어온 상대에 대한 압박을 좀 더 빠르고 조직적으로 수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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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3. 역습 능력의 향상이 필요하다
스페인을 상대해 우리가 낮은 지역으로 내려와 수비를 견고히 한 후 역습을 감행하는 쪽으로 전술적 가닥을 잡은 것 자체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역습 전개 능력. 우리에게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우리의 수비로부터 전개되는 역습은 기본적으로 그 속도와 위협도의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우선 수비 진영으로부터 신속하고 정확한 패스가 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은 공격으로 전환해야 하는 순간 볼을 지니지 않고 있는 선수들이 볼을 받기에 적절한 위치로 신속히 움직여주지 못했기에 더욱 심화된 면이 있다. 이렇게 역습이 무딘 상태에서 계속되는 낮은 지역에서의 수비는 강팀을 상대로 결국에는 패배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여기에 물론, 역습을 성공적으로 종결짓기 위한 ‘골 결정력’ 향상의 과제 또한 말하면 입 아프다.

4. 박지성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전력도 물론 100%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에이스’ 박지성의 결장은 두드러진 마이너스임에 틀림이 없었다. 특히 박지성의 패스, 주고받는 움직임, 공간 침투 능력 등을 감안할 때 그가 존재했더라면 우리가 조금은 더 나은 역습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리라 예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박지성의 있고 없음에 팀의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며, 박지성을 우리 팀의 ‘만병통치약’과도 같이 생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5. 세트플레이, 본선에서는...
점유율이 밀리는 경기의 해법들 중 하나가 역시 세트플레이다. 물론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우리 대표 팀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약속된 세트플레이 방식들을 본선 상대국들 앞에 노출시킬 이유가 전혀 없었고, 이런 의미에서 다소간 평범한 세트플레이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틀림없이 다양한 세트플레이 무기들을 순도 높게 풀어놓아야만 할 것이다.

6. ‘볼 간수’는 기본이다
스페인이 압도적 점유율을 가져간 원동력들 가운데 하나는 ‘높은 지역에서부터 시작되는 압박’이었다. 스페인은 자신들의 공격이 실패해 우리에게 볼을 넘겨주는 경우에도 높은 지역에서 압박을 펼쳐 우리 수비진의 불안한 볼 처리를 유도, 즉각적으로 볼을 되찾아오는 일에 능했다. 이런 식의 압박이 성공하게 되면 공격하는 측은 후방으로 물러났다 다시 전진할 필요 없이 높은 지역에서 재차 공격을 펼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대 앞에서 볼 간수에 실패할 경우 그것은 한 마디로 위기를 자초하는 일. 그런데 우리의 두 번째 상대 아르헨티나 또한 카를로스 테베스, 리오넬 메시, 앙헬 디 마리아 등 높은 지역에서의 압박에 능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하겠다.

7. 아르헨티나는 스페인과 똑같지 않다
스페인은 모든 포지션에 걸친 밸런스, 조직력, 볼 점유를 지속시키는 미드필드 역량 등에 있어 아르헨티나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우승후보다. 하지만 공격수들 하나하나가 유발하는 개별적 공포감의 차원으로 국한할 경우 아르헨티나는 32개국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순위에 위치할 수도 있는 팀. 즉, 이는 수비 숫자를 많이 두고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을 상대할 경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스타일이 다소간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특히 아르헨티나는 끊임없는 패싱 게임에 의한 기회 창출보다는 공격수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밀집 수비 타파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러한 스타일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개인플레이와 고립으로 귀결될 확률도 없지 않지만, 수비진의 역량과 조직력이 최상급이 아닌 팀을 상대로는 오히려 매우 효과적일 수도 있는 방식. 따라서 우리는 일부 측면들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을 정확하게 같은 상대로 예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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