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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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팀들 가운데 하나였던 독일이 결승행에 실패했다. 우승후보군에 포함됐던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무려 네 골씩을 작렬시킨 독일이었기에, 그들이 스페인까지도 넘어설 수 있으리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던 상황에서 당한 패배다. 반면 스페인은 자신들이 브라질과 더불어 대회 이전부터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혀왔던 이유를 독일 전을 통해 잘 입증했다. 스페인이 독일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이유들을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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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페인은 잉글랜드, 아르헨티나와는 다른 팀이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를 강팀이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스페인에 비해 여러모로 떨어지는 부분들이 존재했고 이러한 측면이 독일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잉글랜드가 노출했던 서투른 압박과 불안한 볼 키핑의 문제들, 그리고 근본적으로 부실했던 아르헨티나의 수비력 및 조직력은 빠르고 정교한 역습 능력으로 무장한 독일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하지만 스페인은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결여한 바로 그 부분들에서 훨씬 더 나은 능력을 지닌 팀이었다.

2. 스페인은 ‘자원의 보고’다.
대회 이전부터 스페인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들 중 하나는 지구촌의 그 어떠한 팀보다 두터운 양질의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쉽게 말해 페르난도 토레스와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동시에 ‘후보 선수’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팀은 스페인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스페인의 양질의 선수층이 말을 했다. 토레스 혹은 다비드 실바를 대체한 젊은 페드로 로드리게스는 경기 전체적으로 스페인 미드필드의 역동성을 증가시키며 독일을 곤경에 빠뜨리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물론 과욕을 부리면서 기회를 날려버리는 모습들이 다소간 ‘옥에 티’였기는 하지만 말이다.

3. 카탈루냐가 스페인을 빛낸다.
지난 시즌 인터 밀란에 패퇴, 유럽 챔피언의 자리에서 내려온 바르셀로나이나 여전히 바르셀로나는 보는 이들의 눈을 가장 즐겁게 만드는 클럽이다. 이제 다비드 비야까지 영입한 그들의 전성기는 적어도 당분간은 좀 더 이어질 모양새다. 그런데 스페인 대표 팀이야말로 바로 이 바르셀로나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팀. 매우 잘 나아가던 전차군단은 요한 크라이프로부터 펩 과르디올라로 전해 내려오는 바르셀로나식 ‘토털 풋볼’에 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과의 대결에서 선발로 출전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무려 7명에 달했다.

4. 압박이 독일을 당혹스럽게 했다.
빠르고 세밀할 뿐 아니라 결정력까지 높은 역습으로 각광받아온 독일이 ‘선수비 후역습’의 형태를 들고 나온 것은 그 자체로는 일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스페인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성실하고도 영리한 압박이 그러한 독일의 계획을 산산조각 냈다. 독일 수비와 미드필드진은 스페인의 효과적인 압박에 직면해 정확한 패스를 전개시키는 데에 매우 애를 먹었다. 이는 독일의 날카로운 역습을 처음부터 쉽지 않도록 했고, 반면 스페인은 높은 지역에서 계속 볼 소유권을 유지하며 독일 수비를 위협할 수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 또한 메수트 외질의 플레이를 평상시에 비해 약화시킴으로써 제 몫을 다했고, 후방에서부터 볼이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하자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볼 터치 횟수는 극도로 줄어들고 만다.

5. 측면 싸움에서 스페인이 이겼다.
측면도 독일의 골칫거리였다.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와 호안 카프데빌라는 과감하고도 적절한 오버래핑으로 미드필드의 숫자 싸움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독일의 측면 미드필더들은 자신의 공격보다는 스페인의 측면 공격을 막는 쪽에 더 많이 힘을 쏟는 상황이 빚어졌다. 물론 독일의 입장에서는 준결승 이전까지 발군의 활약을 펼쳤던 토마스 뮐러의 공백도 아쉬웠다. 피요트르 트로초프스키가 나름의 최선을 다하기는 했으나, 뮐러는 트로초프스키에 비해 좀 더 직접적으로 득점포에 가세할 수 있는 자원인 까닭이다.

6. 점유 축구가 말을 했다.
압박의 성공 및 측면 싸움의 우세와 더불어, 스페인은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볼 점유’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는 ‘패스의 거장’ 샤비 에르난데스, 그리고 그의 바르셀로나 단짝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레알 마드리드의 사비 알론소가 큰 몫을 했다. 샤비는 이번 대회 들어 최고의 경기로써 거장다운 면모를 펼쳐 보였고, 이니에스타 또한 독일의 틈새를 파고드는 절묘한 움직임으로 스페인의 패스 게임을 더욱 잘 돌아가게끔 했다. 강인한 체력의 독일에게도 ‘사람보다 빠른’ 볼을 쫓아다니며 90분 내내 수비를 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과업이었다.

7. 그리고 푸욜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우세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입장에서도 독일의 골문을 열어젖히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스페인은 ‘독일이 잘 하는 방식’으로써 궁극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름 아닌 ‘세트 플레이’에서의 득점. 이 대목에서는 샤비와 카를레스 푸욜의 영리한 호흡이 빛을 발했는데, 샤비의 코너킥이 독일의 수비 블록으로부터 벗어나 있던 뒤쪽의 푸욜을 정확하게 겨냥했고 달려들던 푸욜은 강력한 헤딩을 성공시켰다. 이는 물론 스페인 대표 팀의 투혼을 가장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사나이의 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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