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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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시스
글=서형욱 (MBC 축구해설위원)


남아공 월드컵의 초기 화두는 단연 자블라니였다. 당초 골키퍼들을 괴롭힐 것으로 예상됐던 이 마법의 공이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공격수들에게까지 골칫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수한 탄성과 가벼운 무게는 공의 궤적을 예측 불허로 만들었고 뛰어난 키커들조차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고 빨리 공을 보내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대회 초반에는 예년에 비해 골 수가 크게 줄어들어 보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아무리 이변이 이어지더라도 결국 축구의 재미를 보장하는 것은 골이다.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참가팀들은 극도의 골 결정력 부진으로 경기당 2골도 안되는 저조한 공격력에 허덕였다. 게다가 빡빡한 유럽 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특급 선수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세계 축구팬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유럽 클럽 축구의 득세와 보수적 전술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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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반감된 재미의 이면에는 보다 복잡한 사연이 숨어있다. 유럽 클럽 축구의 강화와 보수적 전술의 득세가 전반적인 경기력 하락을 유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신빙성있는 가설은 이런 경향이 유럽 클럽 축구 활황의 부작용이라는 주장이다. 근거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첫째, 상위 클럽의 경우 매 시즌 10개월 동안 6~70경기를 쉴 새 없이 치르도록 되어 있는 살인적 일정은 큰 부담임에 틀림없다. 몇 해에 걸쳐 과도한 출전이 반복되어 피로 누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주전급 선수들에게는 시즌 종료 뒤 제대로 쉴 여유도 없이 임해야 하는 6월의 월드컵은 부담스러운 존재다. 둘째, 자국 선수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갈수록 제한되는 현실적 상황도 있다. 당해년도 성적에 따라 클럽이 얻는 금전적 수익의 폭은 매우 크다. 섣부른 실험이나 변혁은 급전직하의 성적표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에 따라 유명 클럽일수록 자국 출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보다는 이미 완성된 타국/타대륙 출신의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가대표팀의 세대 교체가 지연되고 전력이 약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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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팀들의 전술이 갈수록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도 월드컵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또 하나의 이유다. 90년대부터 시작된 전술 변화의 특징은 한마디로 보수적 성향이 강화된다는 점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보다 일반화되었다. 공격수의 숫자를 줄이고 미드필드에 많은 선수를 배치시켜 실점을 최소화한 뒤 최대한 빠른 역습을 통해 득점을 노리는 방식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원톱, 혹은 사실상 무톱(스트라이커 0명) 전술까지 동원하는 과정에서 득점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경기당 5.38골에 달하던 득점은 이후 줄곧 감소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역대 최저치(2.21골)를 기록하더니 이후 계속 2점대 초반에 머물렀고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는 (2라운드까지) 아예 경기당 2골(조별리그 통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4-5-1(혹은 4-2-3-1) 시스템의 안착이다. 이 포맷은 중원에 힘을 줌으로써 보다 많은 선수들이 수비에 가세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해외 언론들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극적인 승부가 적었던 이유 중의 하나로 4-5-1의 득세를 꼽기도 했다. “더 이상 아름다운 축구는 없다”는 축구계 내부의 자조적 비판까지 이끌어냈던 4-5-1 시스템은 중원에 많은 선수를 몰아넣어 테크닉이 뛰어난 선수들이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4년 뒤, 이제는 공격적 역할을 부여받은 선수들까지 매 경기 10km 이상을 뛰며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메우도록 변화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좀 더 수비에 중점을 둔 전술로 변화한 것이다.


남미-아시아의 약진과 유럽-아프리카의 부진
 

이러한 경향 속에 이번 대회 조별리그는 남미-아시아가 유럽-아프리카를 눌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비롯해 상당 수의 유럽팀들이 조별 리그를 넘지 못한 채 일찌감치 짐을 쌌고 그나마 16강에 진출한 유럽팀들은 서로 맞대결을 펼치는 대진표를 받아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4강팀 가운데 3개팀이 유럽으로 짜여졌지만 예년에 비하면 약세에 놓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유럽이 침체되고 아시아가 약진하는 과정에서 강호와 약체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포르투갈에 0-7로 완패한 북한과 아르헨티나에 1-4로 진 한국, 독일과의 첫 경기에서 0-4로 무릎 꿇은 호주조차도 각각 브라질(2-1 북한), 그리스(0-2 한국), 세르비아(1-2 호주) 등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거나 승리를 챙기는 등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균형이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전체적 실력 격차가 줄어든 데에는 앞서 언급한 유럽 클럽 축구의 득세와 미디어의 발전이 나란히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유럽 축구의 전지구적 스카우팅 작업이 수준급 축구의 전파를 가속화시키는 동안, 약간의 돈과 노력만 있으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만든 미디어의 발달은 약체가 강호를 대비하기 쉽도록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교류하는 세계 축구의 현재 모습은 ‘힘’의 유럽, ‘기술’의 남미로 양분되던 시절의 축구를 박물관으로 보내버렸다. 유럽 빅 리그에 진출해 유럽 축구의 강점을 온몸에 흡수한 남미 스타들은 남미 축구가 가진 공격성과 화려한 기술에 유럽 특유의 조직력을 더해 완성형에 가까운 축구를 구현하는 데에 한발짝 다가서고 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남미 팀들이 무패 행진과 낮은 실점률로 각광받은 데에는 이러한 변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역시 마찬가지. 유럽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많아지고 자국 지도자들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큰 무대에서 늘 주눅들던 플레이를 쓰레기통에 갖다 버린 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비록 대한민국과 일본이 16강의 문턱을 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약진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아프리카는 너무 이른 나이에 조국을 떠났거나 아예 외국에서 태어난 선수들이 ‘용병’ 지도자 아래에서 제대로 뭉치지 못해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호들의 저력이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도 많지만 이러한 경향이 단숨에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혼전 속 경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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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선관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선관이가

    2010/07/07 17:34
  2. 김선관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2010/07/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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